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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로 진단되면 약물치료를 빨리 시행하는 것이 좋을까요?

 

당뇨병은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중년의 성인에게도 비교적 흔한 질병입니다. 우리의 친구나 가족 중에서도 당뇨를 진단받고 약과 함께 혈당기를 가지고 다니며 혈당을 확인하거나 식사를 엄격하게 조절하는 등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뀐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2001년 8.9%에서 2016년 14.4%로 증가했고, 65세 이상의 경우 29.8%가 당뇨병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당뇨병은 진단되면 평생 동안 약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만성적인 질병입니다.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당뇨약을 먹기보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해 보겠다고 하면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처음부터 당뇨약 먹기를 강력히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 당뇨병으로 진단 받으면 가급적 빨리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우선 시도해 보고 그래도 당뇨가 조절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나을까요?
  • 당뇨약을 통해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여 당뇨가 없는 사람과 같은 정도로 낮은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나을까요?

 

단맛이 나는 소변

 

먼저 당뇨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당뇨병이란 여러 원인으로 혈액 중의 포도당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소변으로 포도당이 넘쳐 나오는 데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당뇨병의 증상을 보면 몸에 혈당이 증가함에 따라 신장의 세뇨관에도 다량의 당이 흘러들어 삼투압이 올라가 주위의 혈관에서 대량의 수분을 끌어들입니다. 그 결과 소변량이 증가하는 '다뇨' 증상이 생기지요. 또 이러한 다뇨로 체내에는 물이 부족한 상태와 함께 고혈당으로 혈액의 삼투압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갈증을 느끼고 물이 많이 마시게 되는 '다음'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당뇨병 진단

 

혈당검사를 기준으로 당뇨가 있는지를 진단하게 되는데 금식한 후 시행한 혈액검사의 혈당이 126mg/dL이상,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이상, 그리고 당화혈색소(HbA1c)를 기준으로 6.5% 이상인 경우 당뇨로 진단하게 됩니다.

 

당뇨병 환자들의 혈중 포도당농도가 왜 높아지게 될까요?

 

바로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몸에서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슐린이란 마치 열쇠와 같이 세포에 작용하여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인슐린이 작용하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혈액의 포도당농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당뇨병이 생기는 원인은?

 

주로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거나(제1형 당뇨병), 나이가 들면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기능이 떨어지거나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몸이 필요한 인슐린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제2형 당뇨병) 발생하게 됩니다.

 

당화혈색소는 당뇨의 진단에 어떤 도움을 줄까?

 

혈액의 포도당농도를 통해 당뇨를 판단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는데 왜 당화혈색소도 함께 사용할까요? 그 이유는 혈액의 포도당농도 측정이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혈액의 포도당농도는 하루 종일 똑같이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혈액검사 당일이나 전날 과식하거나, 금식하지 않거나, 금식시간이 짧은 채로 혈액검사를 하게 되면 측정된 혈당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혈중 포도당농도만을 가지고 환자의 혈당이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지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혈액 내의 당화혈색소를 측정하게 됩니다. 당화혈색소는 포도당의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이 생성됩니다. 또 일일 식사시간과 관련된 혈당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적혈구의 생존기간인 120일 정도까지 유지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의 지난 두세 달 동안의 평균 혈당농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혈중 포도당농도와 함께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화혈색소 수치를 가지고 개개인의 대략적인 평균 혈당농도를 알 수 있는데 당화혈색소가 1이 올라가면 평균 혈당농도가 35mg씩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화혈색소가 6,7,8,9,10이면 대략적으로 혈액의 포도당 수치를 135mg/dL, 170mg/dL, 205mg/dL, 240mg/dL, 275mg/dL로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당뇨보다 무서운 합병증

 

당뇨가 무서운 것은 당뇨 그 자체보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 때문입니다. 당뇨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생기는 합병증은 크게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미세혈관 합병증이란 상대적으로 혈관의 크기가 작은 기관에 합병증이 생기는 것으로 눈의 망막에 병이 생기는 망막병증, 콩팥의 기능이 망가지는 신장병증, 말초신경의 이상이 발생하는 신경병증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혈관 합병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반대로 대혈관 합병증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혈관에 합병증이 생기는 것으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말초혈관이 좁아져 생기는 말초혈관질환 등이 있으면 이러한 대혈관 합병증은 주로 당뇨병 환자들의 사망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왜 혈관질환이 많이 발생할까요?

 

이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습니다만 아마다 혈액 내의 포도당 농도가 높으면 이것이 직접적으로 심장병이나 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고혈압, 고지질혈증, 비만과 같은 다른 위험요소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다른 위험요인이 간접적으로 혈관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당뇨병,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할까?

 

많은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당뇨약을 초기부터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식이요법을 시행한 군과 식이요법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시행한 군으로 나누어 5년간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평균 10년을 관찰한 결과 초기에 적극적으로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한 군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이나 급성 심근경색, 당뇨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즉, 약물치료를 통해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혈관 합병증을 예방 또는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이 좋을까?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초기에 집중적으로, 그리고 엄격하게 조절하면 망막, 콩팥, 말초신경과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이나 관상동맥, 뇌혈관 및 말초혈관과 같은 대혈관 합병증들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된 당뇨병이거나 이미 당뇨병으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에는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에 대한 효과는 적을 수 있겠습니다. 이는 혈관 내에서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의미하며, 이 시점에서는 혈당조절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고 이미 변화된 혈관을 역전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 운동요법으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근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을 사용하는 것이 당뇨병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주로 고용량을 사용했을 경우 나타나는 것이며 당뇨병 발생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약하게 나타납니다. 오히려 고지혈증 치료제를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심장병 예방효과가 당뇨병 발생으로 인한 위해를 훨씬 상회합니다. 따라서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에 있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주의사항: 위에 내용은 모두 후천성 당뇨병, 즉 제2형 당뇨병에 관한 설명입니다. 만약 본인이 제1형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면 초기부터 엄격한 혈당조절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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